보충역(공중보건의사) 훈련소 생활 후기
2021.03.18 ~ 2021.04.08, 3주간의 공중보건의사 훈련소 생활을 마치고 후기를 작성해보려한다.
보충역의 훈련소 기간은 원래 4주였는데 올해부터 3주로 축소되었으며, 코로나로 인하여 원칙적으로는 2주간의 격리 생활을 하여 실질적으로 야외에서 훈련받은 기간은 매우 적었었다. 고로 필자는 매우 꿀(?)을 빤 훈련소 생활이 되었다.
1일차 (목) 첫 날
- 훈련소에 들어가기 전 코로나 관련 설문조사를 엄격히 진행한다. 군인들이 모두 방호복을 입고 있어서 군인 같은 느낌이 들지 않는다.
- 집에서 우편으로 받은 입영통지서에 기재된 **지방병무청 기준으로 교육대, 중대가 나뉜다. 필자 때는 서울,부산 및 나머지 지역으로 나뉘어 연대가 배치되었는데, 애초에 지역별로 들어갈 때부터 인원이 나뉘기 때문에 지역이 다르면 같은 분대가 될 가능성은 없다. 자리 바꾸기는 같은 지역에 사는 인원 기준으로만 가능하다.
- 올해 서울,부산은 25연대 3교육대, 나머지는 25연대 1교육대에 배정되었다. 듣기로 25연대는 예전부터 보충역 교육을 진행했기 때문에 훈련 강도가 높지 않았다고 하는데, 운나쁘게 23연대에 배정된 경우 체력적으로 매우 힘들다고 들었다. (이런저런 논란이 많은 곳이다.)
- 연대가 나뉘면 해당 연대에서 소대와 분대가 나뉜다. 이때는 자리 바꾸기가 가능하다. 모든 배정이 끝나면 각 소대의 소대장들이 자기소개를 해주는데, 이때 고함치고 군기 잡는 소대장이 걸리면 3주동안 만만치 않은 군생활을 할 것이라 생각하면 된다. 필자의 소대장은 매우 친절하신 분이셔서.. 편한 군생활을 한 것 같다.
- 운동장에서 동계활동복, 내복, 속옷, 양말을 치수에 맞게 배정받고 각 생활관으로 이동한다. 보충역은 현역보다 생활관 리모델링 후순위여서 쓰러질 것 같은 생활관으로 들어가 군대생활을 시작하게 된다.(내년엔 다 바뀐다고 한다.)
- 생활관에 입소한 후 소지품 검사를 하고 금지물품(의약품, 면도칼, 유리제품 등)을 수거해가는데, 소대장이 말하길 우리는 의사이기에 약물 오남용에 대해 잘 알고 있으며 지적 능력이 높다고 판단하여 반납은 자율에 맡기었다. 분대장들도 소지품에 별 관심이 없는 듯 했다. (내무반 안에서 전기면도기로 면도하시는 분도 봤다.)
- 입대자중엔 소대장보다 나이가 많은 선생님들도 들어오고, 분대장들은 대부분이 우리보다 나이가 적기 때문에,, 그들이 우리에게 반말하고 소리치기엔 좀 껄끄러운게 있나보다. 다들 존댓말 써주고 존중해준다.
- 코로나 때문에 훈련병들을 제외한 모든 군인들은 방호복을 입고 있으며, 분대 안으로 들어오지도 못한다. 말그대로 격리다.
- 훈련소 첫 주는 동화기간이어서 군대에서 루틴하게 진행되는 대부분의 것들을 생략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귀찮게 추가되는 것들이 많다. (식사하러 갈때 열 맞춰 구호에 맞게 걷기, 아침 및 저녁 점호 등..)
- 아직은 격리기간이므로 배식은 식당이 아닌, 생활관에서 먹는다. 분대장들이 밥차를 끌고다니며 각 분대마다 배식을 해주는데 너무 힘들어보였다. 첫 식사는 전투식량을 먹어봤는데 먹을만 했다. 근데 계속 먹으니 질리더라.
- 군대의 생활시간은 아침 6시~저녁 10시이다. 칼같이 6시에 일어나며 저녁 10시가 되면 무슨 일이 있어도 무조건 재워준다. 국시를 마친 필자는 점심12시 기상 새벽 3시 취침이 생활화 되어있었기 때문에 초반에 이 습관을 바꾸는데 너무 힘들었다.
2일차 (금)
- 아침에 일어났을때 기분이 이렇게 안좋을 수가 없다. 다들 생활패턴이 맞지 않아 앉아서 졸고있다.
- 1차 PCR 검사를 실시한다. 아직은 격리단계이기 때문에 모든 훈련병들은 일정 거리를 유지하며 긴 줄을 이루며 검사 장소로 이동한다.
- 첫 CBT 교육(TV로 보는 교육)을 실시한다. 성범죄, 군법 등에 대해 배웠다.
- 군인이면 군가를 배워야 하는게 인지상정이라 군가를 틀어줬다. 아직은 동화기간이기도 하니 군가가 끝나자 롤린을 틀어주었다.
- 처음으로 전투식량이 아닌 군대 짬밥을 먹어봤는데 의외로 맛있다. 잔반 안남기기 운동이라고 양을 너무 적게 주어서 아쉬었다.
- 저녁점호가 추가되었다. 아직 분대장 훈련병, 소대장 훈련병, 중대장 훈련병이 뽑히지 않아 분대장들이 나와 저녁 점호를 실시한다. 저녁점호란 각 훈련병들이 훈련병 인원과 건강상태를 파악하고 상관에게 보고하는 것인데, 이때부터 여기가 군대라는 것이 실감나기 시작한다.
- 어딜 가든 밤에 코고는 사람은 한 명씩 있다. 정말 역대급으로 코를 고시는 선생님이 한 분 계셨는데 다행히 귀마개를 챙겨와서 밤에 불편하지 않게 잠을 잘 수 있었다.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인데 그분은 훈련소 3주 내내 자신이 코를 단 한번도 골지 않았다고 생각하셨다.
3일차 (토)
- 훈련소에서 맞이하는 첫 주말이다. 군대의 주말에는 공식적으로 훈련을 하지 않기 때문에 일정이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이다. 원래 주말에 전화나 px(군대 내 상점. 세금을 붙이지 않아 매우 저렴하다.) 이용을 시켜주는데, 아직 코로나로 인한 코호트 격리기간이기 때문에 그냥 내무반 안에서 누워있는 것 밖에 할게 없다.
- 그러면 24시간 내내 아무것도 안하느냐, 그런 것도 아닌게 귀찮은 일들이 자잘자잘하게 참 많다. 동계생활복의 사이즈가 맞지 않은 사람을 조사하고 군복 사이즈 조사, 베레모 치수 조사, 군번 발급 등 간헐적으로 뭔가를 할 게 있다. 그냥 진득이 앉아서 책만 읽으면 상관이 없는데, 자꾸 뭔가를 시킨다.
- 원칙상 코호트 격리기간 동안 샤워와 양치 및 세면대 이용이 불가하다. 그러나 소대장이 우린 의료지식이 있으므로 방역규칙을 잘 따를 수 있다 생각하여 샤워와 양치를 진행하였다. 이틀동안 묵은떼가 씻겨나가는데 정말 상쾌하였다..
4일차(일)
- 역시 아침은 기분이 나쁘다. 다행히 주말은 7시에 기상시켜서 1시간 더 잘 수 있는게 좋았다.
- 오늘부터 아침점호가 추가되었다. 처음에는 아침, 저녁점호를 왜하나 싶었는데 뒤로 갈수록 적응되어서 그냥 한다.
- 오후 2~3시에 오침(낮잠 자는 시간)을 가졌다. 군대에도 이런게 있구나..
- 10분 산책시간을 가졌다. 아직은 코호트 격리기간이라 분대별로 시간을 나누어 산책 시간을 가졌는데, 그냥 나가서 일렬로 걷다가 들어오는게 다이다.
- 일과시간 외에는 소대장이 우리의 편의를 봐주어 누울 수 있게 해주었는데 (원래 현역들은 눕지도 못하고 관물대에 기대는 것조차 허용하지 않는다고 한다. 그래서 허리가 작살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관물대 밑에 머리를 넣고 누우면 이전 기수들이 적고 간 저주의 글들이 많이 보인다. 언제나, 무조건 보이는 멘트는 '우리는 갈게, 너희는 각개' 이다. 심심찮게 보이는건 D-Day나 훈련받은 일수를 작대기로 센 흔적.
- 가끔씩 교육책 뒤나 관물대 옆에 꿀팁이 적혀있기도 한다. 낚시도 많으니 조심하자 (예를 들면 '설거지 담당해라 개꿀이다' 이런거.. 지나가면서 봤는데 좀 힘들어보이더라..)
- 옆에 계신 선생님들과 이제 말이 트기 시작한다. 한의사 선생님들은 유머가 참 넘치신다. 듣기만 해도 재밌다.